[호영아 오랜만에 형이랑 자자] 2

호영아 오늘 오랜만에 형이랑 자자

 

콘서트 연습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곱창에 맥주한잔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우리는 매일 그렇게 밤 11시까지 연습을 하고 새벽 2시까지 뒷풀이를 했다. 이런 생활을 3개월째 하고 있다. 곧 오십이라고, 애아빠라고 봐주는거 없다. 가끔 다음 날 새벽부터 나가야 한다고 하면 군말없이 보내줬지만 그런 날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호영이가 혼자 자게 두지 않았다. 호영이를 집에 데려다준다는 핑계로 우리는 매일 호영이네 집에서 엉겨붙어잤다. 호영이는 아침에 해장국을 기가막히게 끓여주고 기분좋게 운동하러 나갔다. 여자친구는 지오디의 우정이 넌덜머리 난다고 했고, 태우는 와이프에게 이혼서류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와중에 쭌이형은 30대 승무원과 연애를 시작했고 데니는 매일 여친좀 소개시켜줘~”라고 징징댔다. 다들 먹고살만 하니 스물스물 외로운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가 외로울지언정, 결코 호영이를 외롭게 둘 수 없다.

 

그런데 오늘은 다들 일이 있다고 호영이네 갈 수 없다고 한다. 데니는 어제부터 사귀기로 한 여친이 있댔고 쭌이형은 오늘 아침 7시 비행기로 여친과 여행을 떠난다고 했고 태우는 내일 애기들 어린이집에 가서 학부모 면담을 해야한다고 했다. 슬슬 각자 핑계가 생기는구나싶었다. “오늘만 봐준다하고 돌려보냈다. “역시 손호영 생각하는건 윤계상뿐이네~”라며 태우가 내달렸다. 데니는 호상 호상하며 큭큭대더니 나갔다. 쭌이 형은 우리를 한번씩 안아주고 은근한 눈빛을 내보였다. “아 형 뭐, 왜요, , 어쩌라고 뭐

 

-

형이랑 이렇게 가는거 되게 오랜만이다~”

,, 벨트맸어?”

~”

그때 그 주소로 네비치면 되지?”

~”

 

뭐가 기분 좋은지 발그레 해져가지곤 헤벌쭉댄다. “나는 남자야!”라며 몸도 키우고 찡찡대며 말하는 버릇도 자기 의지로 고쳐내던 호영이가 지금은 긴장이 풀렸는지 자꾸 머리를 갸우뚱갸우둥 하면서 ”“거린다.

 

야 너 옛날에 호빵이 시절에나 귀엽지 지금은 별로다

~ 나 지금도 다들 귀엽다 그런다모~”

웃기지말라그래~”

 

곁눈질해서 보니 참 그렇다. 호빵같이 부드럽고 포근했던 얼굴은 푹 꺼졌다. 내가 참 좋아하던 입술색도 바랬고 미간사이에 주름도 잡혔다. 연예인이랍시고 관리를 받긴 받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영 얼굴이 좋지않다. 이틀 내내 잠못자고 스케쥴할때도 반짝반짝 빛나던 얼굴이 아니다.

 

어무니는 잘 계셔~?”

응 잘 계셔. 저번에 다시 지오디 한다그러니까 너는 잘 지내냐고 물으시더라

그래서 머라구 그랬어?”

얘가 왜 이렇게 애교를 부려... 괜찮다고 했어

괜찮긴 뭘 괜찮아~”

야 뭐 그럼 애 다 죽게생겼다 이러냐

~난 상관 업쪄~ 아돈캐어 어바웃댓

미친새끼ㅋㅋ 왜이래

 

뭐야 괜히 어색하다. 한참 사이 좋을 때도 하지 않던 욕을 했다. 친구처럼 지내자는 말이 박혀서 그런가. 나름 영화배우인데 이런게 잘 안된다. 배운대로 하면 되는건가. 큼큼.

 

뭐 좀 먹을까? 배고파~”

뭘 또 먹어? 너 관리안해? 30대는 조금만 방심해도 금방 군살붙어~모르냐? 옛날에 그 잘나가던 손호영이 아니라니까

왜 이렇게 잔소리가 많아졌어? 안 먹을거야?”

“....뭐 먹을건데

 

차를세우고 근처 편의점에 들렸다. 우리를 본 알바가 으응?’이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아 저 아저씨들 누구지, 뭐지, 알것같은데 모르겠어, 모르겠는데 알겠어속으로 이런생각 하는거 다 들린다. 너 유치원에서 개구리송 배울때 한참 잘나가던 형이다! 라고 말하려던 찰나 손호영이 나한테 장바구니를 안긴다. 삼각김밥 샌드위치 핫바 콜라 맥주 소주 땅콩 아이스크림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넣는다. “인간이 미쳤나”“가만히좀 있어바~”45천원어치의 장을 보고서야 호영이의 쇼핑이 끝났다. 운전도 내가하고 짐도 내가 들어주고 계산까지 내가했다.

 

형 변했어

내가 왜

옛날엔 나랑 눈만마주쳐도 편의점 데리고가더니

아이고

옛날엔 내가 말안해도 먹고싶은거 바로바로 사주더니

아이고 참,

 

오늘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도 내가 오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형이랑 자자고 말한게 실수였나. 그냥 평범하게 지내면 안되겠냐고 물어본건 난데, 우리집에 와서 며느리처럼 굴지 말라고 말한게 난데, 니가 이러면 난 더 이상 너랑 같이 일 못한다고 악다구니 썼던것도 나고, 술에 취해 너 혼자 사는 그 휑한 집에 찾아갔던것도 나다. 치사한짓은 혼자 다 했던 난데 너는 독하게도 아무 변명도 안했었지. 하지말라니 안하고 오지말라니 오지 않던 너. 내가 그룹의 이름을 버리고 혼자 다니며 지오디를 부정하는 말을 하고 다닐 때 너는 나에대해 나쁜말은 한마디도 안했었지. “계상이형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계상이형 잘되는게 우리가 잘되는 거예요

 

호영이 사는 건물앞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편의점에서 잔뜩 사온것들을 꺼내고 호영이를 앞세워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때 우리 같이 지냈던 작은 오피스텔이 생각난다. 문자로 집으로 와하면 집으로 갈게하던 암호 같던 공간. 그곳에서 우리는 밤새 TV를 보고, 밥을 같이 먹고 잠을 같이 잤다. “왜 이렇게 숙소에 안 들어와? 이러면 제명이야~”라던 매니저들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항상 호영이가 기다리는 그 집에 갔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눈치보지 않고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는 집을 하나 사는게 어렸을 때 꿈이었다. 그때 우리가 살던 그 집은 비록 전세였고, 물론 보증금의 절반정도는 호영이가 준거지만 호영이가 명의만큼은 형 이름으로 하라고 해서 내 이름으로 된 집에 호영이를 앉혀놓고 있었지. 그게 얼마나 든든하던지. 호영이가 바가지 긁는 마누라처럼 바가지를 긁으면 지금 가장한테 뭐하는 짓이냐!”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치사하게도 지오디를 나와서 그 집을 제일먼저 처분했다. 호영이 통장에 호영이가 준 돈만큼 넣어놓고 그 좋았던 기억을 끝냈다.

 

뭐 생각해?”

 

현관 센서등이 꺼질때까지 우두커니 서있으니 호영이가 말을 건다. 편한옷으로 갈아입고 냉장고에 넣어놓은 맥주와 편의점에서 사온 간식거리들을 거실테이블에 털어놓고 TV를 튼다. 채널이 백 몇 개가 된다는데 볼게 없는지 뭐 이렇게 재밌는게 안해~형 엉덩이 나온 영화나볼까라고 중얼중얼댄다. 요즘 잘나간다는 프로를 잠깐 보다가 다시 돌리고 습관처럼 리모콘을 정신없게 돌린다.

 

야 티비좀 그만봐

손에 들고 있던 과자곽으로 호영이 뒷통수를 때렸다. 호영이는 아랑곳않고 과자만 주섬주섬 먹어댔다.

과자좀 그만먹어

왜 또 그래~”

재밌는것좀 틀어봐

자 리모콘, 형이 틀어 난 모르겠다

있잖아

?”

그때 미안했어

뭐가 미안해? 형이 미안할게 너무 많아서 난 뭔지 모르겠네

그냥 미안해

형이 다시 지오디 한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 그러니까 그냥 좀 와서 앉지?”

 

호영이 한마디에 나는 마음이 풀려 쪼르르 달려가 호영이 옆에 찰싹 붙었다. 옛날에 호영이가 나한테 달라붙으면 나는 참 마음이 간질간질 좋으면서도 말로는 얘 왜이러냐고 떼어내려고만 했었는데 그것도 참 미안하다. 같이있을 때 정말 후회없이 잘해줄걸. 못난 내가 먼저 꼬셔놓고 마음고생만 시킨것같아 면목이 없다. 맥주 두캔을 단숨에 비우더니 잠이 오는지 꾸벅꾸벅 조는 호영이 머리를 내 허벅지에 눕혀놓고 호영이 머리며 코며 귀며 눈이며 빠지는데 없이 만져봤다. 교통사고나서 한참 고생하던 코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잡고 내가 좋아하던 토끼이빨은 이제 없네, 반듯한 귀와 눈. 다정한 이마, 이런 것을 그때 왜 행복이라 생각하지 못했을까. 잠에서 깼는지 곰실거리는 입으로 호영이가 말했다.

 

형 내일 바빠?”

아니..”

내일 그럼 가구좀 사러갈까?”

가구는 왜?”

집이 좀 휑한거 같아서 뭐든 채워놓으려고

그래 같이가자..”

맛있는것도 먹고오자

뭐 먹고 싶은데?”

형이랑 그때 먹었던 짜장면

무슨 짜장면이지?”

그냥 형네 집 갔다가 오는길에 아무데나 들어갔던 짜장면집 있잖아. 한참 잘나갈때였는데 우리를 아무도 못알아봤던 그 집

아 그래, 거기. 그래 같이가자

그래~~내일 아침에 간단히 먹고 나가자~형도 얼른자 나 졸려

그래 잘자, 잘자 호영아

 

 

 


덧글

  • ㄹㄹ 2015/01/28 22:07 # 삭제 답글

    밸리에 뜬 제목 보고 제정신인가 하고 들어와봅니다. 음지는 음지에서 몰라요?
  • ee 2015/01/28 23:43 # 삭제 답글

    저기 블로그에 쓰는건 상관없는데 밸리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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